양자컴퓨터가 못하는 일: “모든 계산이 빨라진다”는 오해

뉴스에서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릴 계산을 몇 분 만에 끝냈다”는 문장을 본 적 있으시죠? 그럼 양자컴퓨터가 널리 쓰이면 우리가 쓰는 컴퓨터도, 인공지능도 모두 빨라지는 걸까요?

짧게 답하면 아니에요. 양자컴퓨터는 모든 계산을 빠르게 해 주는 기계가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문제에서만 큰 이득이 기대되는 기계예요. 이 글에서는 양자컴퓨터의 한계와 흔한 오해를 바로잡고, 뉴스에서 “빠르다”는 말을 만났을 때 확인할 점을 정리해 볼게요.

 

양자컴퓨터를 표현한 일러스트
양자컴퓨터를 표현한 일러스트

양자컴퓨터는 모든 경우를 한꺼번에 계산할까요?

“큐비트(양자컴퓨터가 쓰는 정보의 기본 단위)는 0과 1을 동시에 가지니까, 모든 경우의 수를 한꺼번에 계산해서 정답만 고른다.” 아마 이런 설명을 가장 많이 보셨을 거예요. 양자 계산의 한계를 연구하는 스콧 에런슨 교수(미국 텍사스대 오스틴)는 이 설명이 대중 기사에 가장 자주 나오는 오해라고 지적해요.

왜 틀릴까요? 계산이 끝나고 결과를 읽는 순간, 우리가 얻는 답은 하나뿐이에요. 모든 경우를 다 계산해 놓아도 그중 아무거나 하나가 튀어나온다면 쓸모가 없겠죠. 그래서 양자 알고리즘은 정답일 확률은 키우고 오답일 확률은 줄이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해요. 물결이 겹쳐서 어떤 곳은 커지고 어떤 곳은 사라지는 모습과 비슷해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비유예요. 실제로는 확률을 다루는 수학이라 훨씬 까다로워요.

그리고 이렇게 설계할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아요.

그럼 어떤 문제에서 빨라질까요?

전문가들이 크게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대표 사례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아주 큰 수를 소인수분해(곱해서 그 수가 되는 소수를 찾는 일)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분자나 소재 같은 물리 세계를 시뮬레이션하는 문제예요. 이런 문제는 풀이 안에 규칙(구조)이 있어서 양자 알고리즘이 그 규칙을 파고들 수 있거든요.

반대로 경우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어려운 문제(예를 들어 수많은 도시를 가장 짧게 도는 경로 찾기)는 양자컴퓨터로도 현실적인 시간 안에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추측해요. 다만 이건 증명된 사실이 아니에요. 고전 컴퓨터(우리가 쓰는 보통 컴퓨터)로도 어렵다는 걸 아직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목록에서 원하는 항목 하나를 찾는 일도 마찬가지예요. IBM의 양자 학습 자료에 따르면, 정렬되지 않은 목록을 뒤지는 문제에서 양자 방식의 이득은 제곱근 수준이고, 그보다 더 빠른 양자 알고리즘은 없다는 점도 알려져 있어요. 항목이 100만 개라면 평균 50만 번쯤 확인해야 하던 일이 1천 번 안팎으로 줄어드는 정도예요. 큰 개선이지만 “순식간”은 아니죠. (확인 횟수 기준이고,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따로 따져야 해요.)

데이터가 많은 일은 어떨까요?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도 빨라지겠네”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양자컴퓨터에 큰 데이터를 넣으려면 그 데이터를 양자 상태로 불러와야 하고, 이 과정에 드는 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양자 알고리즘을 정리한 리뷰 논문들은 데이터가 큰 문제에서는 입력 비용이 지배적일 수 있고, 양자 계산 자체보다 더 클 수도 있다고 짚어요. 입력이 작은 문제에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라서, 일반화는 조심해야 해요.

“양자 우위” 뉴스, 어떻게 읽을까요?

양자 우위는 양자컴퓨터가 특정 과제에서 최고의 고전 컴퓨터를 앞섰다는 주장이에요. 가장 유명한 사례가 2019년 구글의 시커모어 발표예요. 구글은 3분 20초에 끝낸 계산이 당시 최고 슈퍼컴퓨터로는 1만 년 걸린다고 밝혔어요. IBM은 처음부터 의문을 제기하며 며칠이면 가능하다고 반박했고요.

이후 연구가 이어졌어요. 2025년 동료 심사를 거친 논문에서 중국 연구팀은 GPU 1,432개로 같은 과제를 시커모어보다 7배 빠르게 시뮬레이션했다고 보고했고, 이를 우위 주장에 대한 반박 증거라고 설명해요.

그렇다고 양자컴퓨터가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특정 과제에 대한 주장이 반박된 것이고, 양자 하드웨어와 고전 알고리즘이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는 중이라는 쪽에 가까워요. 그래서 “양자 우위”는 어떤 과제에서, 어떤 고전 방법과 비교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말이에요.

지금 기술은 어디까지 왔고, 컴퓨터를 대체할까요?

지금 가장 큰 숙제는 오류예요. 계산 중에 생기는 실수를 바로잡는 오류 정정(계산 중에 생긴 실수를 바로잡는 기술)이 핵심이에요. 구글은 2024년 네이처에 발표한 결과에서, 큐비트 격자를 키울 때마다 오류율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어요. 의미 있는 진전이에요. 다만 한 전문 매체는 대규모 계산에 필요한 오류 수준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어요. 이 부분은 오류 정정이 왜 병목인가에서 자세히 다룰게요.

그럼 언젠가 노트북을 대체할까요? 2020년에 나온 한 연구는 대부분의 수학 문제에서 양자 효과가 속도 이득을 주지 못하고, 양자컴퓨터는 GPU처럼 특정 문제에 쓰는 전용 장치에 가까울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기대 분야로는 화학 반응 같은 양자계 시뮬레이션, 암호 해독, 최적화가 꼽혀요. 연구자들은 보통 컴퓨터를 대체하는 그림을 예상하지 않아요.

소인수분해는 인터넷 암호(RSA)가 기대는 어려움이라서 보안과 바로 이어져요. 다만 이 암호를 깰 만한 기계에 필요한 큐비트 수의 추정치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달라졌고, 아직 동료 심사 전인 연구도 있어요. 게다가 이건 종이 위의 추정이지 실제로 시연된 공격이 아니에요. 자세한 내용은 따로 정리할게요.

뉴스에서 “빠르다”는 말을 볼 때 확인할 세 가지

  1. 무엇과 비교했나요? 최신 고전 알고리즘과 비교했는지, 오래된 방법과 비교했는지 확인해요.
  2. 어떤 문제인가요? 실제로 쓸모 있는 문제인지, 양자컴퓨터에 유리하게 고른 시험 과제인지 살펴봐요.
  3. 실제 기계의 결과인가요, 추정인가요? 실험으로 해낸 결과인지, 계산으로 내놓은 예상인지 구분해요.

여기까지 오셨다면 이미 양자컴퓨터 뉴스를 보는 눈이 한 단계 올라갔어요. 다음 글에서는 “큐비트가 몇 개”라는 말이 왜 곧 성능이 아닌지 이어서 볼게요.

이어서 읽으면 좋은 글(다음 글에서 다룰 예정)

  • 큐비트 수는 왜 성능이 아닌가
  • 오류 정정이 왜 병목인가

이 글은 2026년 10월 15일 기준으로 작성했어요. 양자 분야는 연구 결과가 빠르게 바뀌어서, 새 소식이 나오면 내용을 고치고 아래에 기록할게요.

갱신 이력: 2026년 10월 15일 최초 작성

참고한 자료